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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안 사이에 선 당신에게

효니씨 2022. 2. 3. 19:58

 

행복에 가까워 진 순간

 

나는 행복과 불안 사이에 서있다. 어느 때는 행복에 더 가깝고, 어느 때는 불안에 더 가깝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다다랐을 때 내가 꿈꾸던 행복이 그곳에 있을 것 같지만 그 끝은 매번 모호하고 허무하다.

나는 엄마의 '나아질 것 같지? 근데 덜했으면 덜했지 좋아지진 않아. 똑같아'라는 말이 너무 가슴 아프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 나게 하는 말이다. 엄마의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하다가도 힘들어 지쳐버린 날엔 '엄마 말이 맞는 걸 지도 몰라'하고 인정해버린다.

 

행복을 찾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다. 물론 뒤돌아보면 10년 전보다 많이 앞으로 걸어 나오긴 했지만 그 걸음은 너무 미세해서 나는 느끼지를 못한다. 한 번씩 뒤돌아보며 아 이만큼 걸어 나왔구나 생색을 내야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불행하다는 말은 아니다. 불행하진 않지만 많은 나날들이 불안에 싸여있다. 그 불안은 마음 한편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증식해버린다. 마치 쓰나미가 나를 뒤덮는 듯한 공포다.

 

이 불안은 언제 끝날까. 언제쯤 완벽한 행복을 맞이할 수 있을까. 막연한 행복을 꿈꾸며 항상 행복은 결과에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해 왔는데 어느 날 문득 행복은 끝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과정 속에서의 성취감과 그 안에 있는 떨림과 기쁨. 행복에 잠깐 가까워졌던 별것 아닌 순간들. 그토록 힘들고 불안한 나날들 사이에서 느꼈던 작은 행복들.

행복은 그때그때 느껴야 하는 건데 나는 저 멀리 존재하지도 않은 막연한 어떤 것을 찾아서 꿈꿔왔던 것이다. 불안을 내 인생에서 통째로 없앨 수는 없다. 그저 행복에 좀 더 가까워졌을 때 그것을 오롯이 느끼고 그런 잠깐의 행복을 더 자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나는 앞으로도 행복과 불안 사이에 서 있을 것이다. 어느 때는 행복에 더 가까울 것이고, 어느 때는 불안에 더 가까울 것이다. 완전한 행복은 없고 완전한 불안도 없다. 그 사이에 서있다가 행복에 가까워졌을 때 그것을 놓치지 말고 그런 잠깐의 작은 기회를 자주 만들어내자. 그러다 보면 행복에 더 자주 가까워질 것이다.

 

오늘도 행복과 불안 사이에 있는 당신에게.

 

 

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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