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금씩 꺼내 보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기록

효니씨 2022. 2. 4. 22:24

시들어 마른 꽃도 아름답다. 나도 이렇게 예쁘게 시들 수 있을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나의 일과는 - 작업실 - 꽃시장뿐이고 밖에 외출하는 일이 적어서 출사 나가기가 쉽지 않다. , 사실 핑계일 수도 있겠다. 나갈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 기회 만드는 것을 포기한다. 그래서 사진은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것들이 너무 좋다.

 

엄마랑 자주 공원에 산책을 간다. 하천길을 걷다 보면 꽃과 풀, 나무, 오리, 참새, 까치, 비둘기, 거미 그리고 고양이 등 살아있는 것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항상 보는 것인데도 신비롭고 귀하다.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설레고 눈에 다 담고 싶다. 카메라를 들고나가 나만의 기록을 시작한다.

 

추운 날 공원에 가면 엄마는 항상 오리 걱정이다. '쟤네는 춥지도 않은가 봐'

 

남들은 관심 없이 지나치는 것에 나는 관심이 많다. 길가다가 쭈그려 앉아서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멈춰서 뒤돌아 본다. 자세히 보는 것을 좋아한다. 멀리 풍경보다는 어떤 대상을 클로즈업해서 찍는 편이다. 찍어놓은 사진들을 훑어보면 대부분 꽃과 나무 그리고 하늘이다. 오래된 것의 느낌도 좋고 자연과 현대적인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좋다.

 

나에게 사진은 일기장을 대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번씩 컴퓨터를 켜고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지난 일기장을 들춰보는 기분이다. 어제와 다를 없는 보통의 하루하루였는데 사진으로 보면 특별한 날을 기록한 것만 같다.

 

오래된 하수구 사이로 삐죽 나온 풀들이 너무 예쁘다.

 

행복에 자주 가까워지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그래도 찍던 사진들과 크게 다를 없겠지만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 많은 것을 눈에 담을 있겠지. 20대엔 혼자서 두려움을 이겨내며 새로운 일들을 찾아다니곤 했었는데 30대가 되니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같다. 평범한 그렇지만 특별한 하루를 기록하러 떠나야겠다. 그곳에서의 꽃은 여기의 꽃과 다를 테니까.

 

 

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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